매일 아침 일어나서 출퇴근을 반복하는 일상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0년 뒤, 20년 뒤의 행복을 위해 ‘지금은 고생해도 된다’, ‘힘든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정말 10~20년 뒤에는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게 맞을까?
문득 떠오른 이런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현재의 행복을 찾기 위해 도시의 삶을 내려놓은 젊은이들이 있다. 서울에서 국책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충북 괴산으로 내려가 농부의 삶을 행복하게 꾸려나가고 있는 이지현 ㈜뭐하농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충북 괴산의 청년 농부들과 의기투합해 ㈜뭐하농을 설립한 후 멋진 농부로서 삶을 꿈꾸는 한편, 귀농과 귀촌 청년들을 지원하는 ‘청년마을’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며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청년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희 부부는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했고 직장을 다니면서 10년 뒤에는 전원주택에서 살자고 약속했죠. 하지만 매일 회사 일에 바빠서 막상 저희 삶이 없더라고요. ‘오늘 내가 행복해야지 10년 뒤에 행복하겠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열정과 에너지가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결심하고 귀농을 선택했어요.”
농업 콘텐츠 회사인 ㈜뭐하농의 이지현(35) 대표는 올해 귀농 6년 차 청년 농부다. 이 대표는 ‘좋은 직장’에 들어간 뒤 결혼해 내 집 마련을 하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믿으며 살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야근 등으로 지친 일상이 반복되면서 삶에 대해 심각한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내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버려도 되나?’라는 고민이 계속 생겼고 결국 이들 부부는 귀농을 선택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귀농이었을까?
이 대표는 “농부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면서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며 “버섯류를 기르고 싶었는데 충북 괴산이 표고버섯으로 유명해서 정착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년 농부들과 농업 콘텐츠 공유
1~2년 농사일을 하다 보니 충북 괴산에는 청년 농부가 의외로 많았다. 그들 중 이 대표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청년 농부 6명이 ‘농업을 더 멋지게 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이들은 결국 2020년 2월 ㈜뭐하농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청년 농부 6명이 농부가 되기 전 했던 직업을 바탕으로 농업 콘텐츠를 멋지게 홍보하며 농사를 짓는 게 목적이었다.
“흔히 사람들은 농부라고 하면 손톱에 때 끼는 일, 공부를 못하면 하는 일, 도시에서 실패하면 시골에 와서 하는 일 등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농부를 스스로 선택했잖아요. 농사일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누가 봐도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농업 콘텐츠를 사람들과 공유하자고 의기투합했죠.”
㈜뭐하농은 회사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21년 2월에 채소 디저트 카페 ‘뭐하농하우스’를 열었다. 카페를 열기 전부터 인터넷 홍보활동을 꾸준히 한 덕분인지 카페는 시작과 동시에 충북의 명소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유명 유튜버가 앞다퉈 찾아와 카페를 홍보했고 시골 마을에 위치한 카페임에도 주말에는 1000명이 넘는 손님이 몰려와 동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카페만 운영하는 청년들처럼 보였는데 ‘청년마을’에 선정된 이후에는 청년 귀농 교육을 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귀농귀촌 과정 3년에서 2개월로 단축
㈜뭐하농은 2021년 2월 행정안전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자로 지정되면서 귀농과 귀촌을 원하는 청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이다. 2021년 6~7월에는 1기, 9~10월에는 2기 청년들을 모집해 귀농이나 귀촌에 대한 프로그램을 교육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청년은 모두 20명이다. 처음 반신반의하던 20명의 청년은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이수한 이후 전원이 귀농과 귀촌을 결심했다.
이 대표는 “내가 귀농할 때 2~3년이 걸렸던 과정을 이 프로그램 참여자는 두 달 만에 이룰 수 있다”면서 “두 달 동안 거주 공간, 창업 교육, 현장 실습 등을 무료로 지원받고 지역 네트워크 형성도 손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낯선 시골에서 수월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괴산의 청년마을 프로그램은 시골에서 필요한 농촌 생활의 기본과 기술, 기계 사용법은 물론이고 지역 어르신·청년과 교류, 관심 있는 분야의 맞춤 멘토링, 정부지원 계획 연계, 농업 실습 등 농업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청년이 수월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모든 교육을 담당한다.
시골로 내려와서 새로운 삶을 찾았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앞으로도 청년 농부들과 하고 싶은 것이 무척 많다.
“도시에서 발버둥 치며 살지 않아도 시골에서 나의 삶을 멋있게 그려갈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농업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또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순간들에 감사하며 사람들과 나누며 살고 싶어요.”
“청년마을 프로그램으로 정착할 ‘희망’ 생겼다”
청년마을 프로그램 참여 성기욱·유충상 씨
-귀농귀촌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성기욱: 서울에서 영화 관련 일을 8년 정도 했다. 그 일을 계속해도 행복할 것 같지 않았고 도시에서 삶에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보다 자연 속에서 사는 게 훨씬 행복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시골로 가기로 결심했다.
=유충상: 충북 괴산은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고향이다. 성인이 된 후 대전에서 산업용 냉난방기를 설치하는 일을 13년 동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병세가 심해져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3년 전에 괴산으로 왔다. 2021년 3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괴산이 좋아서 정착하기로 했다.
-㈜뭐하농 청년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성기욱: 귀촌하기 위해 집과 땅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뭐하농 관계자를 만났는데 청년들이 모여 사업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에너지가 넘쳤다. 이곳에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청년마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유충상: 어린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가 귀농했다. 그 친구 일을 도와주다가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알게돼 참여하게 됐다.
-청년마을 프로그램 두 달 과정은 어땠나?
=성기욱: 귀촌하는 데 도움이 컸다. 현지 사람들을 알게 됐고 교육 프로그램도 좋았다. 또한 투자를 받기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 등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전에는 귀촌할 집과 땅 등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만나고 정착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유충상: 3년 동안 아버지를 간호하다 보니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오랜만에 또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농업 교육과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어서 간접경험이 됐다.
-귀촌을 통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으며 꿈은 무엇인가?
=성기욱: 어릴 때부터 앵무새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앵무새 사육시설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게 사업 목표다. 앵무새를 키우는 일은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일이다. 그래서 괴산에서 앵무새와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싶다.
=유충상: 괴산은 고추가 유명하다. 물에서 고추를 키우는 하우스 수경재배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어머니 곁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시골의 여유를 즐기면서 살고 싶다.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이란?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은 지방 청년들의 유출 방지와 도시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지원해 청년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사업이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매년 1곳(전남 목포, 충남 서천, 경북 문경)을 지정해 추진하다가 2021년에는 사업 대상을 대폭 늘려 12곳(부산 동구(초량동), 인천 강화군(강화읍), 울산 울주군(상북면), 강원 강릉시(중앙동), 충북 괴산군(감물면), 충남 공주시(중학동), 충남 청양군(청양읍), 전북 완주군(고산면), 전남 신안군(안좌면), 경북 상주시(남원동), 경북 영덕군(영해면), 경남 거제시(장승포동))을 선정해 지원했다.
선정된 단체는 단체별로 국비 5억 원을 지원받아 청년 활동을 위한 주거, 공유 오피스, 커뮤니티, 창업·창직을 위한 활동 공간은 마련하고 지역살이, 지역 탐방 등 청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청년마을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지역 주민과 청년 및 내외부 청년 간 교류 활동,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의 협력 활동 등 네트워크 형성에 도움을 준다.
행안부 청년마을 관계자는 “청년마을이 침체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모델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청년들의 새로운 도전이 지역 활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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