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코리아-경기] 소리꾼 최영자씨가 소리와 관현악이 어우러진 경기민요 음반 ‘관현악과 함께 하는 경기소리’(신나라뮤직)를 발표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로 지정된 경기민요는 남도ㆍ서도 민요와 함께 오랫동안 민중과 고락을 함께 해왔던 노래다. 특히 어렵던 시절, 허기를 달래주었던 보리밥처럼 우리 마음의 허기, 정신의 허기를 채워주었던 소리이기도 하다.
경기소리의 멋과 우수성을 널리 알려온 소리꾼 최영자씨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로 명창 이은주, 이춘희 선생을 사사했으며, 김혜란 선생한테서 서울 굿 놀이를 배웠다.
새 음반은 특별한 재주나 기교 없이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소박한 경기민요를 화려한 국악 관현악 반주를 통하여 감칠맛 나는 소리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풍부한 음향을 위해 33인이 동원된 국악 관현악단과 호흡을 맞춘 특색 있는 연출은 경기민요를 대중이 공감하면서 민중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대중음악으로 승화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을 얻고 있다.
현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민요를 부르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음반 <관현악과 함께 하는 경기소리>는 1장의 CD로 구성돼 있으며, 경기소리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금강산타령’, ‘노랫가락’, ‘청춘가’, ‘궁초댕기’, ‘뱃노래’, ‘잦은 뱃노래’ 등 총 14곡이 수록돼 있다.
특히 우리 가락에 내재하는 흥과 멋과 한을 충실히 표현해온 최영자씨의 목소리와 관현악의 웅장한 음향이 최적의 조화를 이룬 경기소리라는 점에서 이 음반의 가치는 더욱 높다.
최영자씨는 이번 음반 발표를 계기로 소리꾼으로 사는 삶을 숙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그 이유는 금세 밝혀진다.
20여 년 전 그녀는 누군가가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은 고통과 기력 저하 등으로 병원에 찾았다. 하지만 병원 의사는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고, 그 후 꾸준히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별 차도도 없이 하루하루를 고통과 절망 속에 갇혀 지내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소리 공부는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 주는 계기가 되었다. 한동안 접었던 소리 학습을 다시 시작하면서 아팠던 몸도 서서히 회복되었으며, 그 후 소리 학습이 계속되면서 경기민요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그렇게 10여 년 가까이 목숨을 내던지다시피 하며 소리에 매달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통과 절망에서 벗어나 있었고, 희망처럼 ‘소리’가 찾아들었다.
그녀는 삶의 고통이 없었으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리’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피하고 싶은 현실, 그리고 고통…. 하지만 ‘소리’가 있어 함께 걸어갈 수 있었다고 토로한다.
무대에 오르면 살아 있음을 느끼고 소리를 타면 굿판처럼 신명이 난단다. 그런 만큼 그녀 자신의 소리가 단 한 사람일지라도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리꾼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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