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무언가가 유행하는 변화무쌍한 세상입니다. 그만큼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서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요즘 이거 나만 몰라?’에서 ‘이거’를 담당할 다양한 세상 속 이야기를 전합니다. |
‘식량 가격이 불안정해지면 가난한 나라, 특히 기후 위기에 취약한 국가가 먼저 타격을 받는다. 언제나 그렇듯 식량 위기는 가난한 자에게 먼저 찾아간다.’
유엔 기후변화 전문가이자 코이카 농업 ODA 전문가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자신의 저서 <식량위기 대한민국>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는데요.
요즘 장을 보다 보면, 그의 경고가 현실이 된 듯합니다. 최근 논란인 ‘금값’이 된 사과, 그 이면에 우리가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알아봤습니다.
사과 도매가격 올해 사상 처음 9만 원 돌파
사과 도매가격이 올해 1월 17일 9만 740원(10kg당)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9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가격인 4만 1,040원에서 2배 넘게 급등한 수치인데요.
‘아침에 먹으면 금’이라던 사과가 진짜 ‘금값’이 된 셈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당한 가격에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국민 과일’ 사과. 도대체 사과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올해 사과값 폭등의 가장 큰 이유는 기후 위기와 자연재해로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이상기온 현상에 평균기온이 약 3도 이상 높으면서 꽃이 일찍 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에 꽃들이 얼어붙어 피해가 컸습니다.
과수원에 닥친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수확기 병충해, 가을엔 굵은 우박이 덮치며 다 자란 열매가 상했다고 하네요.
결국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1년 전의 56만 6,000톤에서 30% 감소한 39만 4,000톤에 그치며, ‘금값’ 사과의 원인이 됐습니다.
‘금값’ 사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생산량이 감소하면 가격은 자연히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금값’ 사과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연재해로 인해 가뜩이나 농사짓기 어려운 환경에서 최근 기후변화로 과일 재배 적합지는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발표한 농식품부 브리핑에 따르면 기후 온난화로 사과 재배 지역이 조금씩 이동함에 따라 사과 주요 생산지로 통하던 대구‧경북지역의 사과 재배면적이 30년 새 44% 줄어들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현재의 속도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시 우리나라 과일 재배 농가의 16.8%를 차지하고 재배면적도 가장 넓은 작목인 사과는 2100년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밥상 물가 위협하는 기후 위기, 식량 위기 경고로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바다 얼음이 녹으면서, 먹이를 잡던 사냥터가 줄어든 북극곰은 결국 멸종위기에 처했는데요. 기후 위기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은 더 이상 북극곰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상이변에 따른 빈번한 자연재해는 농작물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식량 가격이 오르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기후 위기가 밥상 물가를 올리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식량 위기를 경고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의 열기를 끄다(OFF), 지속가능성을 켜다(ON)’
금값이 된 사과값을 내리기 위해 정부는 1,500억 원을 투입해 할인 지원에 나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값’ 사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단기 대책과 함께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한데요.
경기도가 지난해 9월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인 ‘스위치 더 경기(Switch the 경기)’를 발표하고, 지난 26일 이를 구체화한 ‘제1차 경기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확정한 이유입니다.
도는 ‘지구의 열기를 끄다(OFF), 지속가능성을 켜다(ON)’를 비전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6대 분야, 22개 전략, 159개 세부 사업으로 구성된 온실가스 감축 대책과 8대 분야, 21개 전략, 51개 추진 과제로 구성된 기후 위기 대응 기반 강화 대책을 확정하고, 2030년까지 39조 2,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에는 공공·기업·산업·도민 4가지 분야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실현하겠다는 ‘경기RE100’ 비전도 선포했는데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를 목표로 ▲산업단지 지붕과 유휴부지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해 전기를 생산하는 ‘산업단지 RE100’ 사업 ▲단독주택 지붕이나 옥상에 태양광 설치를 지원하는 ‘전력자립 10만 가구 프로젝트’ ▲상업용 태양광발전소 설치비를 지원해 햇빛 전기 판매수익으로 주민들에게 매달 소득을 제공하는 ‘에너지 기회소득 마을 조성사업’ 등을 추진 중입니다.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일상의 위협이 된 기후 위기, 지구를 위해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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