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코리아-스포츠] 지난해 국가대표팀에서 류중일 감독에게 꾸중을 들언 KIA 마무리투수 정해영(33)이 호주에서 이를 악물었다. “기량 발전이 없다”는 쓴소리를 칭찬으로 바꾸기 위해 오프시즌 그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고, 그 성과가 캠프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광주제일고를 나와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1차 지명된 정해영은 2021년 34세이브에 이어 2022년 32세이브로 타이거즈 최초 2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이는 '국보' 선동열 전 감독과 '뱀직구' 임창용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 2023시즌에도 23세이브를 거두며 이 부문 7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정해영의 투구가 성에 차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해 2023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를 준우승으로 마친 뒤 대표팀 불펜 자원이었던 정해영을 향해 “처음 들어올 때와 지금의 기량 차이가 거의 없다. 왜 들어올 때와 똑같냐고 혼을 냈다”면서 “결국은 생각의 차이다. 정해영은 유연성 훈련의 중요성을 못 느낀다. 팔로만 던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럴 경우 150km를 꾸준히 못 던진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이에 정해영은 유연성 훈련의 메카인 일본 돗토리 월드윙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할 계획을 세웠지만 일본이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로 향해 맞춤형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KIA 구단의 지원을 받아 이의리, 윤영철, 황동하, 곽도규, 정재훈 투수코치, 이동걸 투수코치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만난 정해영은 “생각보다 좋게 몸을 만들어 와서 너무 만족스럽다”라며 “시애틀 센터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한 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대한 보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공 던지는 방식, 힘쓰는 방식을 다 바꿨다. 그걸 토대로 스프링캠프를 하고 있는데 피칭 때 조금 잘 나오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성과를 전했다.
류중일 감독의 쓴소리가 오프시즌 개인훈련에 도움이 됐을까. 정해영은 “나도 발전하고 싶은데 류중일 감독님을 비롯해 나머지 분들의 생각보다 성장이 더딘 거 같다. 더 발전하기 위해 이제는 나한테 투자를 하며 노력할 생각이다”라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타이거즈 출신인 아버지 정회열 또한 아들의 발전을 위해 오프시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정해영은 “원래는 최대한 안 다치는 선에서 훈련을 했다. 아무리 구위가 좋아지더라도 다치지 않아야 내 구위를 뽐낼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아버지가 이번 비시즌 시작 전에는 무리하는 한이 있어도 많이 도전해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걸 생각하면서 계속 훈련을 했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정해영의 새 시즌 목표는 기복 줄이기다. 언제 등판해도 안정된 투구를 펼치며 KIA 뒷문을 틀어막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해영은 “결국 경기를 계속 하면서 컨디션, 루틴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포수 선배님들, 투수코치님들과 계속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라며 “정재훈, 이동걸 코치님이 이런 부분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피칭 노하우도 알려주시는데 되게 도움이 된다. 올해는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정해영은 불펜피칭을 마친 뒤 외국인선수 윌 크로우와 투구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크로우가 직구는 너무 좋은데 포크볼을 너무 낮게 던진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타점이 조금 흔들리는 거 같다고 했다”라며 “직구를 높게 던지고 포크볼은 포수 마스크 정도를 보고 던져도 충분히 헛스윙이 나올 수 있다는 조언을 해줬다. 앞으로 그렇게 연습하라고 말해줬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정해영은 지난 2일 발표된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 나서는 팀 코리아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엔트리에 승선할 경우 내한하는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슈퍼스타들을 상대로 공을 던질 기회가 생긴다.
정해영은 “예비 명단 발표가 났을 때 잠시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상대하는 상상을 해봤다. 덩치가 많이 클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만일 경기에 나간다면 위축되지 않고 내 공을 던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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