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차 없는 축제,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축제장에 차가 많지 않으니 어수선하지 않고 혼잡하지도 않고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안전문제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려와는 달리 걱정 없이 꽃구경 아주 잘하고 갑니다”
광양매화축제 청매실식당 앞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김영한(가명) 씨 부부의 탄성이다. 예닐곱 살로 보이는 어린 남매의 손을 잡지 않아도 안심이 된다면서다.
제23회 광양매화축제가 개막했다. 사상 처음 차 없는 거리를 표방하면서 해마다 반복되던 상습적인 축제장 주변 교통체증과 사고위험은 대부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양시에 따르면 8일 개막한 올해 광양매화축제에는 이틀째인 9일까지 약 5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빨라 상춘객들이 지난해보다 일찍 섬진강 매화마을 찾은 까닭이다.
광양시는 축제장 주변 곳곳에서 빚어지는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처음 대형버스 이외 모든 차량을 축제장에서 2.6km 떨어진 섬진강 둔치주차장에 주차토록 하는 등 축제장 주변 차량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구례군 쪽에서 오는 차량(대형버스 제외)은 하동으로 우회 조치했다. 대신 무료 셔틀버스를 도입했다.
입장 유료화와 함께 올해 광양매화축제의 가장 큰 변화다.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질적인 교통대란을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 광양시가 고심 끝에 내놓은 특단 조치다.
개막 4일째 맞은 11일 일부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아주 없진 않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아니 적어도 축제장 안에서만은 호평 일색이다. 다압면 신원리 섬진강 둔치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별다른 정체 없이 축제장에 도착할 수 있다. 소요시간은 대략 5분 안팎이다.
앞서 김 씨 부부는 “함께 매화꽃 보러 오신 관광객들도 질서 있게 줄을 서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는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지만 어느 한 분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즐겁게 담소 나누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전했다.
경기도 가평에서 온 한 관광객은 섬진강 맨발 걷기에 참여했다. 그는 “셔틀버스보다 섬진강과 꽃을 보며 걷는 길을 택했다. 한 20여 분 걸린 것 같은데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축제장에 차가 없으니 보다 더 여유롭게 꽃구경도 하고 특산물 코너와 버스킹 공연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이번 교통대책을 반기는 이들은 다압면 주민들이다. 예년과는 달리 시내버스의 정상운행이 가능해지면 매년 ‘교통지옥’을 경험해야 했던 다압면 주민들의 불편이 크게 해소됐기 때문이다.
한 다압면 주민은 “해마다 축제 때면 교통체증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외부에 나가 일을 보려고 해도, 더구나 아파도 참는 방법밖에 없었다. 다압면민들이 매화축제를 반길 수 없없던 이유”라며 “그러나 올해는 시내버스가 시간을 맞춰 오갈 만큼 양방향 소통이 원활해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인파가 몰리는 주말의 경우 일원화한 섬진강 둔치주차장까지 포화상태에 몰리면서 여전히 주차전쟁이 벌어지는 데다 신원삼거리 일대가 하동방면이나 진상, 진월방면에서 들어오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심한 정체가 빚어지는 현상은 풀지 못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김성수 광양시 관광과장은 “주말의 경우 오랜 셔틀버스 대기시간이나 정체구간에 대한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차 없는 축제로 인해 비로소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됐다며 크게 만족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내년에는 둔치주차장 진출입구를 분리 확장하는 등 개선을 통해 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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