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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낭만 여행, 마이리틀시티] 2탄 ’새로 고침’ 울진 : 지금 문 열었습니다

기사입력 2022.03.2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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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관광공사
    마이리틀시티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매력적인 소도시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낯설지만 아늑한, 소박하지만 낭만적인, 사람과 사람 사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소도시의 반전 매력에 흠뻑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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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남이 조심스러운 요즘, 989.44㎢의 면적에 인구 5만여 명이 살고 있는 소도시 울진으로 향했다. 전국 80여개 군(郡) 가운데 고속도로도 철도도 없는 유일한 군으로 자동차를 타고 4시간 여를 꼬박 달려 백두대간을 넘은 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지명을 모르진 않지만 결코 잘 안다고도 할 수 없는 지역이 바로 경북 울진이다. 남들 다 가는, 가이드북에 이미 소개된 여행지가 아니라 이제 막 새로 문을 연 따끈따끈한 미지의 ‘신상 여행지’을 찾아 울진으로 떠났다.
     
     01
    One ocean, one planet : 국립해양과학관
    - 바다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바다는 지구를 하나로 연결한다. -
    세계를 하나로 인식하는 아이에게 ‘바다’, 이 보다 좋은 (여행의) 시작점이 있을까? 아이뿐만 아니라 늘 세계로 나아가는 꿈을 꾸며 사는 내게도 해당하는 단어, 바다. 팸플릿에 적힌 이 한 문장에 가슴이 또 두근거린다. 지난 7월 31일 개관한 국립해양과학관은 그야말로 ‘뜨는 건 시간 문제인’ 따끈따끈한 여행지다. 
    가장 먼저 우리 가족을 반긴 것은 야외 광장에 위치한 한국계 귀신고래. 귀신고래는 한국계와 캘리포니아계로 구분되는데, 한국계 귀신고래는 출산 때마다 울산 바다를 찾아왔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무분별한 포획과 연안 개발로 인해 1970년대 이후 우리 연안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안내를 듣고서 돌아보니 고래 주위로 흩뿌리는 안개 분수가 마치 귀신고래를 보호하려는 듯 꼬옥 감싸안는 것같았다. (함께한 일행은 귀신고래의 슬픈 눈물 같아 보였다고 한다.)

    국립해양과학관 2층에 위치한 VR 어드벤처와 3면 영상관(해저도시 아틀란티스)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현재 상영이 잠정 중단된 상태이기에 본격적인 바다 탐험은 3층 오션홀을 통과하면서 시작된다. 심해 터널 같은 오션홀을 지나면 ‘하나로 흐르는 바다’, ‘다양한 생명체의 바다’, ‘미지의 바다와 도전하는 인류’ 등 무려 10개의 테마존으로 나뉘어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전시와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현재(2020.8) 관람료는 무료이나 1일 3회/1회 200명으로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방문 하루 전까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  을 하지 않으면 관람이 불가하다. (단, 사전 예약 잔여분 발생 시 당일 현장 선착순 접수 가능) 
    울진 국립해양과학관을 방문했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이곳, 해중전망대. 세계를 여행하면서 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울진에서 하게 될 줄이야! 저만치 앞서 아이가 달려간다. 말간 바다 위를 총총 달린다. 393m나 되는 해상 통로를 쉬지도 않고 나부끼며 달린다. 이리도 신 나고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 본 게 언제 적인지∙∙∙. 울진의 랜드마크로 급부상 할 해중전망대를 통해 수심 6m 아래의 ‘쌩-’ 바다속으로 풍덩 ‘걸어’ 들어간다. 상상해보라! 실제 서식하고 있는 바다 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진짜 동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해상전망대에 올라 우리나라 최동단의 섬, 독도를 바라보며 바다를 통해 이어진 하나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꿈을, 꾸어본다.

     
     02
    강과 바다, 하늘이 만나는 곳 : 울진 왕피천 케이블카
    울진을 색깔에 비유하자면, 무슨 색일까? 푸른 망망대해가 먼저 떠오른다면 파란색, 붉은 일출이 먼저 떠오른다면 빨간색이라 답할 것이다. 울진의 왕피천 케이블카를 타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녹음 우거진 풍경소리 들으며 걸었던 힐링 산책, 녹색의 순간이지 않을까? 

    울진 왕피천 케이블카는 ‘일반 캐빈’과 바닥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크리스탈 캐빈’으로 나뉘는데, 크리스탈 캐빈 케이블카를 탈 계획이라면 투명한 바닥에 ‘흠집 나기 전’에 하루바삐 가볼 것을 권한다. 크리스탈 캐빈의 유리 너머 두 눈 가득 유난히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바다와 강의 합류점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하늘이 액자 속 그림 같다. .

    “엄마, 내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아!”
    어머나! 이 식상한 멘트가 6살 아이의 입에서 나오니 꽤나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그렇게 강과 바다를 번갈아 내려다보며 편도로 약 6분 정도를 날면 해맞이공원에 하차하게 된다. 때마침 비와 해 사이를 오락가락하던 날씨는 비온 뒤 갬으로 굳혀졌고, 망양정을 지나 풍경소리 산책로를 걷노라니 발걸음도, 머리도, 가슴 속까지도 가볍고 시원해짐이 느껴졌다. 해맞이공원 하차장에서 내려 약 10분, 아이와 함께 걷는 걸음으로도 20분 정도의 산책로니 그 누구와 함께 하더라도 부담 없을 듯.

     
     03
    한 마을이 통째로 전시장 : 이현세 만화거리(매화벽화거리)
    ‘이현세 만화거리’로 유명한 울진의 매화 마을(매화 벽화거리).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이다. 마을을 에둘러 1,500여 미터에 이르는 거리 담장이 오직 ‘이현세 만화가’의 작품으로만 채워졌다. 만화 거리를 조성하게 된 동기는 매화 마을의 재생 사업으로 구상되었다 한다. 이후 울진군과 한울원자력본부가 후원하면서 매화면에 ‘매화 작은 도서관(만화 도서관)’이 건립되고, 2017년 12월에 준공식과 함께 일반에 공개되었다.
    언제부턴가 전국적으로 다양한 벽화 마을들이 넘쳐나지만 이현세 만화거리 만큼 독보적이고, 특색 있는 곳은 드물다. <공포의 외인구단>, <아마게돈>, <떠돌이 까치>, <남벌> 등 우리(부모님과도 함께 다녀왔다)는 각자의 기억을 더듬으며 따로 또 같이 추억 속을 걸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담장 곳곳 씌어진 주옥 같은 문구들. ‘호기심이 없다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벽을 눕히면 길이 된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중 ‘상식의 틀을 깨면 비로소 보인다.’라는 문장 앞에 우뚝 멈췄다.
    ‘아! 이곳은 그저 작은 마을이 아니구나! 마을 전체가 통째로 하나의 전시관이구나!’ 골목골목이 걸으며 벽화들을 감상하다보니 ‘남벌 열차 카페’가 보인다. 올해 5월에 문을 연 신상 카페다. 이곳 역시 곧 핫플레이스가 될 것 같은 예감! 마을을 둘러보며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인 벽화 거리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한눈에 딱 띄는 남벌 열차 카페에 비해 매화 작은 도서관은 눈에 잘 띄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필자는 아이와 함께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오래 머물지 못함에 안타까움 그득 안고 돌아서야 했지만, 이현세 만화거리를 방문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충분히 시간을 잡고 가길 추천한다. 시원한 도서관에 파묻혀 종일 만화책을 읽으며 온전한 힐링 데이를 만끽해야 하니 말이다. 

    그 밤, 끝나지 않은 장맛비가 내렸다. 잠들기 힘들 만큼 강하고 거세게 내리쳤다. 집으로 돌아갈 걱정에 뜬눈으로 뒤척이다 어느 새 잠이 들었나보다. 문득 눈을 떴을 때, 언제 비가 휘몰아쳤냐는 듯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바다는 어제처럼 맑고 영롱함 속에 비와 바람, 모든 걱정과 근심을 품고 빛났다. 지나고 보면 특별한 모든 순간들. 하지만 그 모든 특별함은 평범한 날들 속에 있었다. 우리나라 여행이 거기서 거기지 뭐 새로울 게 있겠냐 싶다면 울진으로 가 보라!

     

     

    글: 정민아 작가

    사진: 오재철  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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