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만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여행지다. 1만 9900원에 제천의 5가지 맛을 즐기는 ‘가스트로 투어’가 있기 때문이다. 나 홀로 여행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여러 곳 운영되고, 의림지와 청풍호 등 입장이 무료인 여행지도 적지 않다. 5만 원에 5시간 동안 제천 곳곳을 돌아보는 관광택시는 가족이나 친구 등 4명이 동행할 때 더욱 효율적이다.
시간이 부족하고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에게 환영받는 프로그램은 가스트로 투어다. 가스트로(gastro)는 ‘위장’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가스트로 투어는 약 2시간 동안 걸으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도심형 미식 여행 프로그램이다. 동행하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생생한 제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가스트로 투어 A코스는 찹쌀떡을 시작으로 하얀민들레비빔밥, 막국수, 샌드위치, 빨간오뎅 순서로 맛본다. B코스는 황기소불고기를 먹은 뒤 막국수, 승검초단자와 한방차, 빨간오뎅, 수제 맥주를 차례로 즐긴다. 참가자가 선호하는 음식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는데, 수제 맥주가 포함된 B코스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다. 참가 인원은 4~20명이고, A코스와 B코스 가격은 동일하다(예약 필수)
투어는 제천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출발한다. 정복순 문화관광해설사는 “제천은 조선 시대 3대 약령시 가운데 하나로, 예부터 약초가 풍부했어요. 음식에 약초를 넣는 게 자연스러웠죠. 그래서 약선 음식이 발달했답니다”라고 제천 음식의 특징을 설명한다. 나눠준 무선송수신기 덕분에 다른 참가자나 해설사와 간격을 유지하면서도 해설이 또렷하게 들린다.
A코스 첫 장소는 이름부터 정감 넘치는 ‘덩실분식’이다. 1965년부터 찹쌀떡을 만들어온 전국구 맛집이다. 부드러운 떡과 고소한 팥소가 어우러져 입안에 행복감이 밀려든다. 본격적인 식사를 위해 ‘마당갈비’로 향한다. 이곳에서 맛볼 음식은 하얀민들레비빔밥이다. 흰민들레와 고구마, 콩, 은행, 대추, 표고버섯을 고명으로 올린 영양밥이다. 흰민들레는 간과 위를 튼튼히 하는 토종 약초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알고 먹으니 더 맛있다.
배가 슬슬 불러올 즈음, ‘상동막국수’에 들어선다. 노포 분위기가 풍기는 이곳은 감초와 계피, 과일을 넣어 만든 면수가 유명하다. 다른 막국수 집과 면수 색부터 다르다. 비빔막국수가 기본으로 나오고, 물막국수를 맛보고 싶은 사람은 면수를 적당히 부어 먹는다. 신선한 채소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샌드타임’을 거쳐, 마지막 음식을 만나기 위해 내토전통시장으로 향한다.
내토는 제천의 옛 지명으로, 내토전통시장은 제천의 부엌이나 다름없다. 빨간오뎅은 사각형 어묵을 접어 꼬치에 꿴 다음 매운 양념에 익힌 간식이다. 겨울이 추운 제천은 맵고 칼칼한 음식이 발달했다. 빨간오뎅은 추위를 견디던 주민의 음식 문화를 담은 명물이다. 중독성이 강해 고향을 떠난 이들이 그리워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B코스 첫 번째 음식은 ‘대장금식당’의 황기소불고기다. 황기와 계피, 파, 무, 양파를 넣어 국물까지 다 먹게 된다. 식당 곳곳에 유명인의 사인도 있다. 다음은 상동막국수에 들렀다가, 대한민국식품명인 52호 이연순 명인의 제천 한방떡을 맛보러 갈 차례다. 찹쌀가루에 생당귀 잎을 찧어 넣고 반죽한 승검초단자는 잣가루 고물을 묻혀 고소하다. 팥 껍질을 벗겨 꿀로 반죽한 소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곁들이는 한방차에는 과식하는 가스트로 투어 참가자들의 소화를 돕기 위해 백출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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